우리나라 모든 교육문제의 근원은 학력 또는 학벌에 대한 잘못된 인식에서 비롯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우리나라는 학력·학벌에 의한 차별이 크기 때문에 가능한 지명도가 높은 대학에 진학해야 한고 강변한다. 유럽이나 미국 등 대부분의 나라는 대학을 공부하고자 하는 사람들만 진학한다고 말하면, 그 나라들은 우리나라같이 학력 차별이 심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정말 그럴까?
소득수준은 학력·학벌 차별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주요 지표 중 하나다. 평균 소득은 당연히 고학력자일수록 높게 나타난다. 그러나 단순히 평균 소득이 차이 난다는 점을 들어 차별이 나타났다고 말할 수는 없다. 교육은 한 인간이 더 나은 삶을 살아가도록 도와주기 위한 것이다. 더 나은 삶의 조건에 경제적인 측면도 중요한 요소라 할 수 있으며, 교육을 받은 사람들의 평균 소득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과 차이가 없다면, 교육효과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
결국 문제는 평균 소득에 차이가 있는지가 아니라, 얼마나 격차가 심한지, 그리고 이보다 중요한 것은 상대적 저학력자 중 고학력자 평균 소득보다 높은 수준의 소득을 내는 사람들의 비율이 어느 정도나 되는지가 중요하다. 여기서는 우선, 소득격차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OECD(Organization for Economic Cooperation and Development 경제협력개발기구)는 매년 OECD 회원국의 교육지표를 발표한다. 2021 OECD 교육지표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우리나라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성인(24~64세) 평균 임금은 고졸자 평균 임금의 136%로 나타났다. 그런데 OECD 국가 평균은 143%로 우리나라보다 학력에 따른 임금 격차가 더 심하다.* 나라별 순위를 비교하면, 신뢰할 만한 자료를 제출한 30개국 중에서 15번째로 중위권에 속한다. 결국 우리나라의 학력 차이에 의한 임금 차이는 다른 나라와 비슷한 수준이다.
그런데 학력에 따른 임금 격차는 교육의 성과로 인해 상대적으로 우수한 능력을 갖추게 된 점, 학력·학벌주의로 인해 차별이 발생한 점 그리고 각 집단 구성원들이 가지고 있는 자질이 종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 할 것이다. 여기서 대학 진학을 절대적 목표로 삼는 것에 대한 당위성 여부를 논하기 위해서는 각 원인이 얼마나 큰 비중으로 작용하는가를 살펴보아야 한다.
즉, 교육의 성과와 차별이 임금 차이에 끼치는 영향이 자질에 의한 차이보다 크게 영향을 주고 노력에 의해 이를 극복할 가능성이 작다면, 진학을 절대적 목표로 삼는 것이 당연한 현상이라 할 수 있다. 반면, 차이가 자질에 의한 것이고 노력으로 이를 극복할 가능성이 크다면, 모든 것을 포기하고, 진학만을 위해 초중등학창 시절을 보내야 할 당위성은 없는 것이다.
교육기관으로써 대학의 존재가치는 교육을 통해 인재를 양성하는 것으로, 대졸자가 고졸자보다 나은 점이 없다면 대학의 존재가치를 상실하는 것이 된다. 결국, 교육 성과에 의해 발생하는 차이는 매우 긍정적인 결과로, 교육소비자들이 대학 진학에 대한 열망의 당위성으로 작용한다.
학력·학벌주의는 사회적 병폐로 지양해야 하지만, 차별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교육소비자들이 학력·학벌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비난할 수는 없다.
마지막으로 각 집단 간 자질 차이 역시 평균 임금 격차에 영향을 주는 요인이라는 점을 부정할 수는 없다. (물론 모든 저학력자의 자질이 고학력자보다 떨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 역시 분명한 사실이지만, 논점은 개인차가 아닌 평균에 대한 것임을 강조한다) 대학에 진학 또는 상대적으로 명문대학에 진학하지 못한 대표적인 이유는 고교 시절의 학업 성과가 상대적으로 낮은 경우라 할 것이다. 한 개인의 학업 성과가 낮았다는 것은 학업에 성실하지 않았거나, 학습 능력 또는 이해력이 떨어졌거나, 경제적 여건 등의 영향으로 학업에 전념하기에 어려움을 겪는 등의 원인이 작용했을 것으로 판단된다. 그리고 연속선상에서 그러한 원인이 사회생활 과정에도 작용할 것으로 추론할 수 있다. 물론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개인에 따라 일어나는 개선 또는 악화로 인해 두 집단 간 성실성이나 이해력 정도 등의 경계가 모호해질 것으로 판단 되지만, 각 집단의 평균적 특징은 역전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문제는 각 집단의 평균적 특징에도 불구하고 저학력·비명문 집단 구성원 중 얼마나 큰 비중의 개인이 이를 극복하고 고학력·명문 집단의 구성원과 동등한 사회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가이다. 예컨대, 저학력자 중 고학력자의 보편적인 직종이나 임금수준으로 처우를 받는 비율과 고학력자 중 저학력자의 보편적 직종이나 임금수준으로 처우를 받는 비율이 학력차별의 정도를 가늠하는 척도로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 이 비율이 낮다면 두 집단 간의 장벽이 높은 것이며, 이 비율이 높다면 집단 간 장벽이 낮은 것을 의미한다.
* OECD (2021), Education at a Glance 2021: OECD Indicators, OECD Publishing, Paris, p.93. https://doi.org/10.1787/b35a14e5-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