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문제와 발생원인

3.1. 학력·학벌에 대한 인식과 대학입시제도

모든 대학은 졸업생이 성공적인 인생을 살아갈 것을 원하며, 그러한 동문을 많이 배출하는 대학이 명문대로 자리 잡게 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대학은 가능한 성공가능성이 높은 인재들이 입학하기를 바라며, 입시전형은 성공 가능성이 높은 인재를 고르는 제도적 과정이다.

한 사람의 성공가능성에는 학업성적과 같은 객관적인 요소뿐만 아니라 리더십, 성실성, 도덕성, 대인관계, 사회성, 창의력, 논리력, 감성지수, 사고력, 적극성 등 다양한 주관적 요소들이 작용한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며 대학 역시 이러한 사실을 잘 인지하고 있다.

외국의 사례를 찾아보면 학업성과뿐만 아니라 리더십, 적극성 등 주관적인 판단요소들을 바탕으로 신입생을 선발하는 경우를 쉽게 발견할 수 있으며, 나아가 공식적인 입학 규정에 부합하지 않는 지원자라도 학과장 등의 판단에 따라 입학을 허가하는 사례역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주관적인 판단을 바탕으로 한 신입생 선발 방식은 교육수요자들의 학력·학벌에 대한 인식이 바뀌기 전까지 대한민국에서 실현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학력·학벌이 인생을 좌우한다는 생각이 자리하고 있는 한 대학 입학시험은 철저히 객관적이어야만 하고, 만약 주관적인 요소가 입학사정에 개입되면 부정·비리로 의심받게 되기 때문이다.

 

3.2. 수학능력시험의 문제

수학능력시험은 대학 입학전형에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 정시전형은 수학능력시험만으로 당락이 결정된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며, 수시전형 결과에도 영향을 준다.

이러한 수학능력시험이 가지고 있는 대표적인 문제점들로 진로개척과 자질향상이라는 고등학교 교육의 목표에 걸맞지 않는 지나치게 어려운 문제와 창의력이나 사고력과는 거리가 먼 정답 고르는 능력만을 테스트한다는 점이다. 즉, 대학에서 수학(修學)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여부를 알아보기 위한 시험과는 거리가 멀다.

특히 외국어영역의 경우 영어권국가의 대졸 원어민조차도 주어진 시간 내에 풀 수 없을 정도라는 점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또, 논리학이라 할 수 있는 수학(數學)은 문제유형에 따른 공식을 외워 대입해야만 시간 내에 풀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와 같은 수학능력시험의 문제들 역시 학력·학벌에 대한 인식에서 비롯된다. 즉, 객관식 문제만을 출제해야 하는 상황과 최상위권대학의 지원자들 사이에 변별력을 확보해야하기 때문에 극소수의 수험생만이 만점을 받을 수 있도록 문제를 설계해야하고 다양한 가능성에 대한 질문은 불가능하고 정답을 찾는 문제만을 출제할 수 있게 된다.

 

3.3. 학교의 불신과 사교육의 비대?

학력·학벌에 대한 열망은 학교교육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어 공교육 기관을 대학 입시를 준비시키는 기관으로 전락시켜온 것은 물론, 공교육을 불신하고 사교육이 비정상적으로 커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초·중·고등학교는 공교육이 지향하고 있는 교육가치의 실현과 교육소비자들의 요구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현실에 처해있다. 즉, 대학입시와는 다소 거리가 먼 교육의 공적목적에 충실한 교육을 실시할 경우 교육소비자인 학부모와 학생들의 반발이나 외면이 예상된다. 그렇다하여 공교육에서 교육의 공적 목적을 외면하고 대학입시만을 위한 교육을 실시할 수는 없는 일이다.

반면 사교육기관은 철저히 교육수요자의 요구에 맞춘 교육이 가능하다. 학습능력에 따른 반편성은 물론 교육의 본질적인 목적에 반하는 방식의 교육도 대학입학에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실행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교육소비자인 학부모는 자신의 능력이 되는 한 최대한의 비용을 사교육비로 지출하여 자녀가 좋은 대학에 입할 수 있도록 지원하게 되다. 결국 공교육에 대한 불신과 사교육이 비대해지는 현상역시 학력·학벌에 대한 인식이 바뀌기 전까지는 그 어떠한 정책을 펼쳐도 개선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도출된다.